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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vida

미안해 황구야

강아지에 대한 나의 첫 기억은 여섯살때로 되짚어 올라간다. 그당시 우리집은 마당이 있는 2층짜리 주택이었고 어느날부터 막내 고모가 안고 온 하얀 마르티즈가 마당에서 뛰어놀기 시작했다. 우리는 그 강아지의 이름을 까치로 지어주었고, 내가 열 세살이 되던 해 이사를 하면서 아는 분이 운영하시는 시골의 큰 농장으로 가게되었다. 중학교를 다니면서 종종 그 농장에 놀러가 까치를 보고오곤했는데 그 영특한 녀석은 저 멀리서도 우리 가족을 알아보고 좋아서 달려오곤했었다. 고등학교에 올라가면서 까치를 자주 보지 못했고 미안하게도 까치는 내가 열아홉이 되던 해에 눈을 감았다는 소식만 들었다. 그 후 스무살이 되면서 다시 이사를 하게 되었고 이번에는 슈나우져 한 마리를 키우게되었다. 친척집에서 키우던 포미라는 강아지가 있었는데 그 아이가 생을 다한 그 달에 우리집으로 오게 된 아이라 이름은 토미라고 지어주었다. 까치가 살았던 옛날 우리집은 마당의 대부분이 꽃을 심어놓은 흙이었기에 마당에서 키웠으나, 지금의 우리집은 마당의 대부분이 콘크리트이고 잔디밭이 높게 형성되어있는 구조라 토미는 여차저차 집안에서 생활하게되었다. 가끔 까치생각을 하면 밖에서 키운게 참 미안하다. 어찌되었든 까치나 토미나 참 고마운 건 크게 아픈적없이 건강하게 잘 생활해주는것이다. 반려견들에게 그 이상 무엇을 바라랴. 영리한 개들이 훈련 받아서 하는 손, 앉아, 엎드려 이런것들 못해도 그저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자라주는게 최고의 행복이 아닐까싶다. 토미의 경우는 다섯살이 되던 해에 피부에 지방덩어리가 생겨서 제거하는 작은 수술을 받았었는데, (강아지를 포함한 대다수의 동물들은 아무리 작은 수술이라도 부분마취가 아닌 전신마취 후 수술을 하게된다.) 그 당시의 기억은 평생 토미 뿐 아니라 다른 강아지를 보면서도 떠오를 듯 싶다. 마취에서 풀려서 회복실에 기진맥진한 상태로 누워있으면서도 엄마와 내가 가니까 느릿느릿 걸어오는 모습을 보면서 어찌나 눈시울이 뜨겁던지. "아프면 아프다고 말이라도 했으면 좋겠는데." 눈물 범벅이 된 엄마가 걸어오는 토미를 안아주면서 하셨던 말씀이다. 그래, 강아지나 다른 동물들이나 말은 못하지만 그렇다고 표현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사람보다 더 진실되고 직접적으로 그들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그들이다. 단순히 사람보다 약하고 말을 못한다고 이런 동물들을 학대하는 사람들에게는 '개만도 못한' 이라는 글자가 아깝게 느껴질정도다. 눈치 챘듯이 내가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동물농장에서 방송 된 황구학대사건때문이다. 차마 마음이 아파서 영상을 끝까지 보지도 못했는데, 이는 반려견과 함께 생활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같았을것이다. 자세한 이야기는 쓰는것도 화가 날듯하여 생략한다. 이미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 방송이후 서명운동을 통해 빠른 검거와 강력한 조치를 요구하고있지만, 빠른 검거는 그렇다쳐도 나를 포함한 대다수의 사람들이 원하는 강력한 조치가 행해질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그 학대범이 잡힌 후 할 말들은 안 봐도 비디오. 그러므로 경찰에게 잡히기전에 먼저 나에게 잡히길 진심으로 바라는바이다. 딱 황구가 당했던만큼만 돌려줄테니 너무 겁먹지말고 나에게 잡히길 바란다. 그리고 단순히 표면적으로 이 학대범으로 끝날게 아니라 이 사건이 시발점이 되어서 강력한 동물보호법이 세워지길. 아직도 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마음을 다잡고 쓴 글이라 처음에는 부드럽게 강아지로 시작했는데 '개만도 못한'으로 마무리한다. 마지막은 황구 학대범의 조속하고 강력한 검거를 위한 다음 아고라 청원의 링크. http://agora.media.daum.net/petition/view.html?id=108268